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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일을 보고 서재에 들어오니 독서대 위에 아내의 낙서(?) 한장이 있다. 이름하야 용호동(창원) 길냥이지도map. 자타가 공인하는 고양이 사랑의 달인. 고양이를 키우다 하나 둘 셋 넷. 고양이 책을 모으고 고양이 관련악세사리를 모으더니 고양이 도자기를 만들고 그림도 직접 그린다. 심지어 나의 흰 면티에 고양이 스템프를 찍고 흰 면양말에 고양이 그림을 그리는 만행까지 나의 아내의 고양이 사랑은 이렇게 변종의 변종을 거듭하여 이제는 길고양이 밥 챙겨주는 프로젝트로까지 발전했다. 어제도 같이 밥 나눠주러 가면서 아내는 스스로 고양이를 감지하는 촉수가 누구보다 발달했다고 거듭 강조를 한다. 두어 달 전에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더니 뭔가 새로운 할일이 생겼다고. 지도 상단의 1번 주차장에서 새끼 고양이를 왕창(?) 발견했다. 신의 부름같은 사명감을 느낀 듯 그 뒤의 행동은 일사천리다. 집에 있던 우리 고양이들 사료를 한 바가지 퍼서 날랐다. 다음날 어린 고양이를 위한 사료를 이마트에서 사오고 인터넷으로 똑같은 사료를 주문했다. 인터넷주문을 했는데 그 전에 미아트에서 사료를 산 이유는 오늘 먹일 밥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알게 된 이상 하루도 굶길 수 없다는게 그 이유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매일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 그 어린 녀석들을 위해 밥을 나르고 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밥 주는 곳이 3군데로 늘었다. 1번의 주차장, 2번의 트럭 밑, 그리고 3번의 폐가. 1번의 주차장은 3-4마리. 2번의 트럭밑은 처음에는 5마리까지 보였는데 지금은 4마리다. 그리고 폐가(?)는 2-3마리가 보이는데 나중에 아내의 조사로 밝혀진 놀라운 사실. 그 놀라운 사실은 3번의 폐가 녀석들이 2번의 주차장에도 들르고 3번의 트럭밑도 방문을 한다는 거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는데 폐가 안의 사진을 보여준다. 새벽 1-2시에 주차장에서 만나던 그 녀석들이다. 영특한지고. 두어달 전에 식이요법을 하면서 두부를 꾸준하게 먹었다. 그런데 식이요법이 끝나도 아내의 두부사랑은 그칠 줄 몰랐다. 그리고 두부와 고양이 사료의 교집합을 발견했다. 두부의 플라스틱 케이스가 고양이 사료를 담아 나눠주기 편한 크기다. 고양이 밥그릇으로 딱이다. 아내는 고양이 사료의 밥그릇을 위해 계속 나에게 두부를 먹였다. 부연설명을 하자면 고양이 사료를 담아주는 용기들은 그 다음날이면 치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밥그릇이 계속 필요한 거였고 나는 두부반찬을 꾸준히 먹어야 했다. 한 달이 지나자 이 녀석들이 우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료를 들고 공부방을 나서면 2번 주차장 근처에 있어야 할 녀석이 공부방 왼쪽의 사거리까지 우리를 마중나온다. 여전히 경계의 끈은 늦추지 않기에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하지만 우리가 길가운데를 걸어가면 그 녀석은 길가에 주차된 차 뒤쪽으로 우리 부부와 보폭을 맞추면서 주차장쪽으로 걸어간다. 주차장쯤 가면 2번 트럭에서 식사를 하는 녀석들이 마중을 나와 있다. 그 중 한 녀석이 호기있게 무리를 벗어나 우리 부부쪽으로 걸어오기도 하고 열심이 울기도 한다. 이럴 때 아내는 그들의 언어를 해석하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어린 녀석의 울음소리를 "왜 이제 왔냐고,,우리가 얼마나 배고픈지 아냐고.." 뭐 이런 식으로 해석을 하면서 연신 미안해한다. 이럴 때 아내는 미친여자 이거나 아니면 동물농장에서 보았던 그 놀라운 능력의 animal communicator 이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아내는 전날 새벽에 있었던, 내가 잠든 사이의 놀라운 경험을 이야기 해준다. 내가 잠든 사이 우리가 밥을 챙겨 주는 녀석들 중 한 놈이 우리 집 문앞까지 왔다가 갔다는거다. 그것도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그 두번도 같은 고양이가 아니고 다른 고양이녀석이. 저희들 밥 주는 인간들의 정체를 간파하고 있는 녀석들이 둘이나 된다. 나는 아내의 이 말을 믿는다. 기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밥을 나눠 주고 며칠 되지 않았을 때다. 새벽에 공부방에서 1번 주차장쪽을 보면 멀리서도 고양이들이 길에 나와 노는 모습이 보인다. 밥을 주러 걸어가는데 그 중 한 녀석이 교통사고로 피를 흘리며 죽어 누워 있었다. 솔직히 이쯤되면 나는 두렵고 겁도 나고 제법 부담스럽다. 그러나 아내는 이럴수록 더 바빠진다. 잠들어 있는 녀석을 담을 수 있는 박스를 챙겨와서 담고 인적이 드문 인근 산에 고이 묻어주었다. 그 장소는 우리 집 별이 형제들을 묻어준 장소와 지척이다. 어느 세계에나 절대강자는 있다. 그림 가운데 대장(노란태비)녀석이 그렇다. 이 녀석은 우리가 밥 주는 구역 모든 장소에서 마주친다. 1번 주차장, 2번 트럭밑 그리고 3번 폐가 이 모든 곳에서 발견이 되고 특히 3번 폐가에서는 어린 것들을 거느리고 일광욕도 즐기고 우리가 문틈으로 살짝 쳐다보면 근엄하게 눈을 야린다(?). 그 집 대문이 잠겨 있어 인간이 절대 접근하지 못함을 아는 "아는 자의 여유"다. 이 동네 새끼고양이는 모두 그 놈의 씨를 받지 않았까 하는 아내의 추측도 있다. 며칠 전부터 밥 주는 장소를 한 군데 더 늘렸다. 오른쪽 4번의 새집전봇대냥이. 여기에 밥 주는 것은 같이 했지만 아직 그 녀석의 정체는 모른다. 내가 먼저 자는 바람에 의무를 소흘히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아내는 영역을 넓혀 새로운 의무를 찾아내었다. 이 때는 내가 주의를 줬다. 자꾸 늘리면 내 어깨가 너무 무거워진다. 아내의 마음을 이해못하는 건 아니지만 자꾸 늘릴수만은 없다. 처음 밥을 챙겨줄 때는 그 녀석들이 정말 작았다. 그러나 하루 한끼의 식사에도 지금은 놀라보게 많이 컸다. 경계심 가득했던 녀석들이 우리부부를 에스코트도 하고 왜 이리 늦게 왔냐고 채근대기도 한다. 이제 많이, 아주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리고 집에서 키우는 녀석들에게는 좋은 교육거리도 된다. 니네는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좋은 집에서 편히 지낸다. 맛난거 부족하지 않게 먹고 간식까지 먹는다. 좋은 잠자리도 있고. 같이 놀아주고 엉덩이 두들겨 주는 종(?)도 둘이나 있다. 좋은 화장실도 있고 뒷처리도 해준다. 니네가 뭐가 부족하냐? 아내는 녀석들이 잊을만하면 그렇게 꾸준히 가르치는데 문제는 이 팔자가 늘어지는 녀석들이 알아듣기나하는건지... 
팔자좋은 녀석들의 1년전 사진 | 
2024년 5월 2일 [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