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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을 하고 기숙사에 갔더니 책상위 키보드 앞에 담뱃재가 수북하게 떨어져 있더군요. 바닥에도 담뱃재가 뒹굴고 있었구요. 동료직원들한테 물어보니 거기 앉은 사람은 없었고 그냥 맞은편에서 겜만 하다가 왔다고 둘러대더군요. 후.. 승질이 뻗쳐서..이불 다 걷어차주고 소리 한번 질러주고 청소했습니다. 걸레를 빨려고 기숙사 문을 나서는 순간 어디선가 "야옹~" 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원래 이 근처에 프리랜서 냥이들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별 신경안썼는데 두번째 "야옹~"소리가 들리길래 주의를 집중하고 봤더니...조그만 아기 고양이가 기숙사 계단밑에 쭈그려 앉아있더군요. 아직 젖도 다 못뗀 듯한 크기의 고양이가 눈이 동그래져서 계속 울부짖고 있더군요. 아. 사람의 측은지심이란 이런걸까요. 다가가니 첨엔 뒷걸음질 치다가 한참을 그렇게 응시하면서 앉아있었더니 살금살금 다가와서 손가락을 핥아주는군요. 이 까칠한 느낌. 오랜만입니다. 그래. 엄마를 잃어버렸구나. 배는 고프지 않니.. 잠시동안 놀아주고 다시 걸레를 빨러 가는데 졸졸졸 쫒아옵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고양이를 영원히 책임질 자신이 없다면 더 이상 귀여워 해줘선 안되겠다..' 아..마음은 이미 그 고양이를 향해 있는데 싫은척, 모른척하고 가려니 고양이가 알아챘는지 발목에 찰싹 달라붙어서 계속 부비부비를 하는데.. 떼놓고 가기도 참 벅찹니다. 더 이상 내가 마음을 보여주면 그녀는 계속 나를 의지할 것 같고..그런 다음엔 떼놓는것이 더 힘들거란걸 알고 있기에 정말 힘들었음.. 모든걸 포기하고 한 두시간 놀아주다보니 참 귀엽게 생긴 고양이더군요. 어디서나 흔히 볼수 있는 코숏품종이지만 나름 기품있고 나이답지 않게 의젓한 모습이 맘에 들더군요. 하지만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자꾸만 발목에서 보채는 그녀를 멀리하고 기숙사로 들어와버렸는데 문 넘어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 아. 가슴아프지만 여기서 끝내야 합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을 청해보지만 잠이 잘 올리가 없습니다. 왠지 꿈에서 그 고양이가 날라다닐것만 같고 저를 가지고 놀것만 같은 상상에 시달리다 결국 잠이 들고맙니다.
근데 아침이 되어보니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옆에는 엄마로 추정되는 거대고양이가 흘깃 쳐다보더니 아기 고양이의 어깨죽지를 물고 바람처럼 사라집니다. 꿈인지..현실인지.. 이거 원. | 
2024년 5월 6일 [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