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 할수 있는 친목도모의 공간 입니다.
가입인사와 같은 자기 소개를 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단, 상업적이거나 윤리를 흐트리는 게시물은 삭제 대상임을 잊지 마세요.
제목: 남자의 손
분류: 일반
이름: BINU
등록일: 2003-12-03 00:59
조회수: 280
나는 남자의 손이 좋다.
길고 하얀 손가락,
따뜻하고 큰 손이면 더욱 좋다.
내손은 아주 차갑고 건조해서 그런지 이러케 스산한 계절이 오면
더더욱 남자의 손이 눈에 띄인다.
어릴때부터 일기라는 걸 써온 모양인데
첫사랑이든 두번째 사랑이든...열여섯번째든
처음 손잡은 날 글이 다른 어떤(?) 날보다 아주 긴걸보면 내겐 큰 의미였나보다.
스킨쉽의 시작은
요 손잡는거 부터인데 이거 쉬우면서도 어려운거지.
내가 싫어하는 남자는 반지가 특이하니 어쩌구 하며 손을 들이대거나
손금이 어쩌구하는 넘(80년대엔 이런 넘도 있었다), 영화관에서 잡는 손은 유난히 싫다.
요즘같이 팔걸이를 위로 올릴수도 없는 의잔데 어정쩡하게 힘겨워하며 끝까지 놓지 않는 손,
음악도 들어야 하고 배우가 입은 옷도 봐야하고, 내용 이해도 해야하고 감정이입까지 해야는데
손까지...괴롭다.
기억에 남는 손은
스무살때 첫사랑이 신호바뀌는 것도 모르고 횡단보도서 딴짓하는 날 잡아끌 때
처음 잡은 손-정말 자연스럽고 따뜻한 손이었다.
96년 1월 28일(어떻게 날짜까지 기억이 나네) 두번째 사귄 남자와 두번째 만나는 날,
"누추하지만 들어와."
하며 내손을 잡아 점퍼 주머니 속으로...
세월이 지나 지금까지도 가끔 '누추하지만 들어와'하며 혼잣말을 해보는거 보면 특별한 기억인가보다.
그리고, 몇년 전..모임에서 한남자와 악수 할 기회가 있었는데 후에 알았지만
그넘이 나와 악수하게 될까봐 일주일간 핸드크림을 발랐었다는...
거칠고, 고운손은 아니었지만 따뜻하고 이뿐 마음이어서 감동이었다.
생각해보면 늘 그렇게 손을 잡고나서부터 사랑이 시작된 것 같기도하다.
그래서인가 처음 손을 잡을 때 그 감동을 그 감각을 잊을까 두렵다.
처음 손을 잡는 날...오래토록 기억하고 싶다.
나는 남자의 손이 좋다.
희고 고운 손이 아니더라도
그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손..
내손을 그의 손에 담아 호호 부는 입김도 좋고,
깍지 낀 손을 빰에 살짝 갖다대는 그 수줍음도 좋다.
입을 맞춘다거나 싸안고 다니는 찐한 접촉(hehe~) 보다 살짝 잡은 손에 더욱 큰 사랑이 느껴지는 건....
오늘...
키보드 위의 내 손이 더욱 차갑고 더욱 외롭다.
P.S.
스무 몇살, 스키동에서 죽순이로 살아갈 때
서른둘쯤 되는 글을 참 잘 쓰는 언니가 있었다.
지금도 가끔씩 그녀의 글이 그립다.
그녀의 일상을 그린 글은 참 좋았는데 때때로 올라오는 사랑에 대한 글,
늘 구차한 느낌을 받았다.
저 나이에도 사랑타령?
2024년 7월 6일 [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