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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8살에 학부형
분류: 일반
이름: 피바다
등록일: 2005-02-22 13:48
조회수: 261
어릴 때 부터 아는 동생이 있었습니다.
저보다는 4살이 어립니다.
같은 동네에 살았고 아버지들이 서로 직장이 같았지요.
그 친구가 아주 어릴 때 그 친구 어머니께서 장보러 가시거나 잠시 외출을 하실 때면 저보고 과자를 사주시면서 동생하고 같이 놀아주라고 부탁도 하곤 하셨습니다.
시간이 흘러 제가 제가 대학을 실패하고 재수를 하게 되고 그 친구는 중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재수학원을 일주일만에 그만 둔 죄로 집에서 책값을 제외한 용돈이 안 나오더군요. 미운털 박혀서...^^
그래서 그 친구 공부를 가르쳤습니다.
지금도 저는 과외선생인데 저의 첫 과외제자였습니다.
오래 가르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과외 제자였습니다. 중 3 첫 수학 시험을 100점 맞기도 했구요.
그 친구 고3 올라갈 때 그 친구 집이 말 그대로 폭삭 주저앉아버렸습니다.
정말 돈이 없어 더 이상 학교를 갈 수 없게 된 겁니다.
엄마랑은 떨어져 있게 되었고 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두게 되시고 또 건강도 많이 안 좋아지시고.
그 날 이후로 그 친구는 가장이자 하나 있는 여동생의 학부형이 되어버린거죠.
창원에서 살던 집도 처분하고 작은 달세를 얻었는데 동생 공부는 시켜야겠기에 동생은 부산 고모댁으로 보냈습니다.
무척 공부 잘 하던 동생이었습니다. 항상 전교 수위를 차지하던 동생이었지요.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동생도 힘들었겠지만 그 때부터 그 친구의 고생이 시작되었습니다.
자장면 배달, 공장, 단란주점, 주유소, 그리고 고기집의 사베끼.
사베끼가 정확한 명칭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고기를 잡아오면 뼈와 살을 발라내는 직업을 말합니다.
20살에 사베끼를 시작했지요..무척 큰 식당이었는데 밤 늦게 까지 일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소 잡는 곳에 가서 좋은 고기를 현금 주고 먼저 선점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하루에 3-4시간 자고 새벽에 일어나면 박카스 1병 먹으면 피로가 풀린다고 하더군요.
피로가 풀린다고 하기보다는 마음을 독하게 먹으니까 2시간 자도 괜찮고 3시간 자도 괜찮다고 하더군요.
그런 생활을 1-2년 했나봅니다.
힘든 생활이었지만 동생 공부 잘하고 학비 대 줄수 있으니 견딜만하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도 방통고 3학년에 편입해서 고등학교는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런 동생이 없었다면 그 친구가 그렇게 고생할 필요가 없었겠죠.
또 동생이 있어서 힘든 것도 견딜수 있었을겁니다.
그런 동생이 오후 2시에 이제 졸업을 합니다.
오늘 부산교대 졸업하고 3월이면 초등학교 여선생님이 됩니다.
18살에 그런 환경에 처해졌다면 가정하기 싫지만 저는 그렇게 못했을거 같습니다.
나보다 어린 사람이지만 존경하고 싶을만큼 멋진부분입니다
그 친구는 휴가를 내고 온 가족이 졸업식에 참석하고 정말 오랜만에 즐거운 가족 식사를 할 거 같네요.
어제 밤에 컴퓨터 문제로 전화가 와서 다시 전화를 했는데 계속 안 받더라구요.
아마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운다고 전화 안 받았나봅니다.
사춘기 시절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냈을 동생의 철없는 행동을 이해 못하고 화를 내고,
의대 가고싶어하는 동생 학비 걱정때문에 교대 가라고 독촉하고,
가끔 화가 날 때는 빨리 졸업해서 멀리 가버리라고 했던 것들이 너무 미안하다고.....
그리고 동생을 너무 사랑한다고 아직 사랑한단 이야기 못했는데 꼭 해주고 싶다고...
눈물이 나서 울고 싶은데 옆방에 아직 동생이 있어서 눈물이 나도 참는다고 했는데...
3월이 되면 조금 먼 곳으로 동생이 교사발령나서 가는데
그 때는 그 친구 맘 편하게 울거 같습니다.
이제 그 가족들 좋은 날만 있겠지요...
上上_[히야]
대단하네요....-_-
2005-02-22 14:05:12
푸른하늘
대단한 사람이네~
2005-02-22 15:09:46
싸티
한편의 드라마 같습니다. 그리고 그 오빠분 존경스럽네요. 동생이 알까봐 이불 둘러쓰고 운다고 하는 글을 읽고 있으려니
저도 눈물이 나올려고 합니다.
이제까지 동생을 위해 살았으니 지금부터 본인을 위해서도 열심히 사시길 바랍니다.
가난은 모든 것을 가르쳐 준다고 합니다. 가난을 극복고 열심히 살아낸 사람들을 존경합니다.
2024년 7월 6일 [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