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처음 서울에서 사천이라는 곳에 이사를 왔을때....
기와집이라는 것이 어찌나 신기하고 좋던지.....
큰 대청마루에 여름날엔 에어콘도 선풍기도 없이 지내기에 딱 좋은 곳이였다. 대청 마루 밑에서 올라오는 땅냄새와 바람은 후덕지근한 날씨를 잃어버릴 수 있는 그런 곳이였다.
이런 대청 마루에... 오를땐 어린 나로썬 꽤 높은지라.. 반드시... 디딤돌을 딪뎌야 했는데... 얼른 커 그곳을 딪지 않고 올라갈 생각을 하곤 했다.
대청 마루에서 포근하고 행복한 단잠의 행복을 느낄쯤에 간혹.... 콰광 하는 소리에 쏴~ 쏟아지는 소나기는 어릴적 나에게 무서운 존재중 하나였다. 그렇게 무서운 소나기는 비록 곧 끝났지만... 갑자기 어두워지며... 쏟아져 내리는... 부어내는.... 빗줄기가 무섭기만 했다...
시간이.. 지나.. 디딤돌을 딪지 않아도 올라갈쯤... 디딤돌에 작은 구멍이 눈에 들어왔다.
구멍......
난 오늘 장마를 만났다.....
사랑이라는 시원하고 포근했던... 그런 기억들 속에.. 갑자기 내려버린 비는..... 순간순간 나 자신도 무섭고 겁났다.
나를 가장 잘 알것 같았던 사람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너무나 슬펐고.. 눈물이 났다. 너무나.. 화가났다. 퍼붓는 말들이... 진심이 아닌걸... 단지 이렇게 화가 난다는 역정임에도 불구하고.. 난 퍼붓고.. 퍼붓고...
어쩌면...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너도 맛보라는 식의 억한 감정였는지.... 구정을 토해내듯 뱉어냈다. 결국엔 그 사람이 그런다.... 속에 있는 말을 다 해 버린다고.... 그게 아닌걸.... 난 너무나 속이 상한걸.... 지금 내가 말하는 것들은 진심이 아닌걸... 알지 못한다.............
그 사람은 알려고 하지도 않을거다. 아니 알 필요도 없었을지도.... 그렇게...
늦은 밤에 쏟아져 내린 소나기는.....
내 가슴속에.. 몇년을 잊지 못할 구멍을 파 버리고 말았다.
그 구멍엔 결국... 먼지만 끼고.. 오랫동안.. 가슴속에 울먹이며 얼마나 오래 남을지.... 무섭게 내리던 어릴적 소나기는 오늘... 날 슬프고 괴롭고 아프게 했다.
2024년 7월 4일 [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