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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을 열심히 일하다가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네이버를 여니 피천득선생님의 별세 소속이 있네요 저도 참 좋아하는 작가중의 한 분이셨는데... 제가 MCJ에 예전에 올렸던 글을 다시 붙입니다. -------------------------------------------------
지금 'TV, 책을 말한다'에서 피천득님의 '인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국어선생님께서 피천득의 '엄마'라는 수필을 읽어주신 기억이 있습니다.
참 아름다운 동화같은 글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국어선생님께서 분명 작가를 말씀하셨겠지만 그 분이 '피천득'인지 모르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쯤,
지금 'TV, 책을 말한다'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다시 작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그 분이 피천득이셨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작가의 영원한 그리움의 대상인 '아사코'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또 TV 문학 프로그램에서 작가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동문학가이자 당시 '샘터' 편집장이었던 정채봉님이 작가를 찾아뵙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늘도 그 '아사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정확히 기억은 못하겠지만 범우문고 1권과 2권이 피천득의 '수필'과 법정스님의 '무소유'입니다.
지인들한데 열 권도 더 선물한 책 두권이 그것입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초봄 개울물에 녹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깨끗한 것이라면
눈송이가 뽀쏭뽀송하다면 분명 차갑지 않고 따뜻할 것 같은데 그 느낌이 '수필'일 것입니다
유난히 엄마를 못 잊어하고 딸을 사랑했던 작가는 '엄마'라는 수필을 남기고 딸 서영이에 대한 사랑을 글로 남겼습니다.
수필 '엄마'의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엄마는 나에게 어린 왕자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는 왕자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전복을 입고 복건을 쓰고 다니던
내가 왕자 같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왕자의 엄마인 황후보다 우리 엄마가 더 예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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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피서영은 물리학자인데 스티븐 호킹에 버금가는 물리학자라고 합니다.
우리 고등학교 때 유행하던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이 있었는데
그건 논픽션으로 재구성한 것이고 또 다른 작가의 '인간 이휘소'라는 전기가 있었습니다.
거기 마지막부분에 이휘소 박사가 죽었을 때 장례위원중에 피서영의 이름이 있습니다.
수업 하는 중에 틈틈이 글을 쓰다보니 프로그램이 끝났네요.
수필 '엄마'를 붙입니다.
마당으로 뛰어내려와 안고 들어갈텐데 웬일인지 엄마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또 숨었구나!'
방문을 열어 봐도 엄마가 없었다.
'옳지, 그럼 다락에 있지.'
발판을 갖다 놓고 다락문을 열었으나 엄마는 거기도 없었다.
건넌방까지 봐도 없었을 때에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몇 번이나 엄마를 불렀다.
그러나 마루에서 째깍대는 시계 소리밖에는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주춧돌 위에 앉아서 정말 엄마가 없는 아이같이 울었다.
그러다가 신발을 벗어서 안고 벽장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날 유치원에서 몰래 빠져 나왔었다.
순이한테 끌려 다니다가 처음으로 혼자 큰 행길을 걷는 것이 어떻게나 기뻤는지 몰랐었다.
금시에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잡화상 유리창도 들여다보고 약 파는 사람 연설하는 것도 듣고, 아이들 싸움하는 것 구경하고
,
그러느라고 좀 늦게야 온 듯하다. 자다가 눈을 떠보니 캄캄하였다.
나는 엄마를 부르면서 벽장문을 발길로 찼다.
엄마는 달려들어 나를 끌어안았다. 그때 엄마의 가슴이
왜 그렇게 뛰었는지 엄마의 팔이 왜 그렇게 떨렸는지 나는 몰랐었다.
"너를 잃은 줄 알고 엄마는 미친년 모양 돌아다녔다.
너는 왜 그리 엄마를 성화 먹이니. 어쩌자고 너 혼자 온단 말이냐.
그리고 숨기까지 하니 너 믿고 살아가는데, 엄마는 아무래도 달아나야 되겠다."
나들이 간 줄 알았던 엄마는 나를 찾으러 나갔던 것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아니하고 그저 울었다.
......
엄마가 나의 엄마였다는 것은 내가 타고난 영광이었다.
엄마는 우아하고 청초한 여성이었다.
그는 서화에 능하고 거문고는 도에 가까웠다고 한다.
내 기억으로는 그는 나에게나 남에게나 거짓말한 일이 없고, 거만하거나 비겁하거나 몰인정한 적이 없었다.
내게 좋은 점이 있다면 엄마한테서 받은 것이요,
내가 많은 결점을 지닌 것은 엄마를 일찍 잃어 버려 그의 사랑 속에서 자라나지 못한 때문이다.
......
엄마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은 내 이름을 부른 것이었다.
나는 그후 외지로 돌아다니느라고 엄마의 무덤까지 잃어 버렸다.
다행히 그의 사진이 지금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30대에 세상을 떠난 그는 언제나 젊고 아름답다.
내가 새 한 마리 죽이지 않고 살아온 것은 엄마의 자애로운 마음이요,
햇빛 속에 웃는 나의 미소는 엄마한테서 배운 웃음이다.
나는 엄마 아들답지 않은 때가 많으나 그래도 엄마의 아들이다.
나는 엄마 같은 애인이 갖고 싶었다.
엄마 같은 아내를 얻고 싶었다. 이제 와서는 서영이가 아빠의 엄마 같은 여성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간절한 희망은 엄마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엄마와 나는 술래잡기를 잘하였다.
그럴 때면 나는 엄마를 금방 찾아냈다.
나는 다락 속에 있는데, 엄마는 이 방 저 방 찾아다녔다.
다락을 열고 들여다보고서도 "여기도 없네." 하고 그냥 가 버렸다.
광에도 가보고 장독 뒤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가. 하도 답답해서 소리를 내면 그제야 겨우 찾아냈다.
엄마가 왜 나를 금방 찾아내지 못하는지 나는 몰랐다
.
엄마와 나는 구슬치기도 했다. 그렇게 착하던 엄마도 구슬치기를 할 때는 아주 떼쟁이였다.
그런데 내 구슬을 딴 뒤에는 그 구슬을 내게 도로 주었다. 왜 구슬들을 내게 도로 주는지 나는 몰랐다.
한 번은 글방에서 몰래 도망왔다.
너무 이른 것 같아서 행길을 좀 돌아다니다가 집에 돌아왔다.
내 생각으로는 그만 하면 상당히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그런데 집에 들어서자 엄마는 왜 이렇게 일찍 왔느냐고 물었다.
어물어물했더니,
엄마는 회초리로 종아리를 막 때렸다.
나는 한나절이나 울다가 잠이 들었다.
자다 눈을 드니 엄마는 내 종아리를 만지면서 울고 있었다. 왜 엄마가 우는지 나는 몰랐다.
나는 글방에 가기 전부터 '추상화'를 그렸다.
엄마는 그 그림에 틀을 만들어서 벽에 붙여 놓았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추상화가 없을 때라,
우리집에 오는 손님들은 아마 우리 엄마가 좀 돌았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
엄마는 나에게 어린 왕자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는 왕자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전복을 입고 복건을 쓰고 다니던
내가 왕자 같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왕자의 엄마인 황후보다 우리 엄마가 더 예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예쁜 엄마가 나를 두고 달아날까봐
나는 가끔 걱정스러웠다.
어떤 때는 엄마가 나의 정말 엄마가 아닌가 걱정스러운 때도 있었다.
엄마가 나를 버리고 달아나면 어쩌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때 엄마는 세 번이나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영영 가 버릴 것을 왜 세 번이나 고개를 흔들었는지 지금도 나는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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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6일 [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