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스킨트 소설 <향수> 꾸준한 생명력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 소설 ‘향수’(강명순 옮김·열린책들)의 생명력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1991년 국내에서 번역, 출간돼 16년간 문학부문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켜온 ‘향수’가 22일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같은 제목의 영화(톰 튀크베어 감독) 개봉에 힘입어 더욱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출판사 열린책들에 따르면 이 소설은 출간 후 2000년까지 매년 1만부 정도 판매됐으며 2001~2005년에는 연간 2만~3만부로 판매량이 늘었다. 그러다 지난해 초반 영화제작 소식이 알려지면서 판매가 급상승해 한해동안 16만부가 나갔다. 독일에서 제작된 영화의 개봉 시기는 수입사가 바뀌면서 지난해 10월에서 연말로, 다시 올 3월로 연기됐지만 소설에 대한 관심은 계속 커져 지난 1월 3만부, 2월 4만부에 이어 이달에는 5만부 판매를 앞두고 있다.
‘향수’의 판매 누계는 총 50만부 정도. 1~2년 사이 100만부를 훌쩍 넘긴 ‘오페라의 유령’이나 ‘다빈치코드’, 60만부가 팔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의 외국 소설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16년간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독자를 확보해 왔다는 점에서 현대의 고전으로 꼽힐 만하다.
1985년 독일에서 처음 발표된 이 소설은 지금까지 30여개국 언어로 번역돼 1600만부가 팔렸다. 독일에서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쓴 레마르크 이후 독일어로 작품을 쓰는 작가 중 이렇게 성공한 이는 없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8년 439주 동안 베스트셀러 10위권 순위에 머물러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열린책들 편집자 정은미씨는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스물다섯번에 걸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주인공의 악마적이면서도 천진스럽기조차 한 일대기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같다”면서 “출간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읽히는 게 스테디셀러의 비결”이라고 소개한다.
책의 생명력에는 원작자 쥐스킨트의 특별한 캐릭터도 한몫 한다. 1949년생으로 58세인 그는 ‘향수’로 세계적인 작가가 됐으며 구텐베르크 문학상을 비롯, 많은 상을 받았으나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일절 거부하고 작품을 통해서만 독자와 만나고 있다. 국내에는 ‘좀머씨 이야기’ 외에 소설 ‘비둘기’ ‘깊이에의 강요’ ‘콘트라베이스’와 시나리오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 에세이 ‘사랑을 생각한다’ 등 전체 작품이 번역돼 있다.
출판사 측은 ‘향수’의 표지를 4차례나 바꾸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91년 나온 첫 표지는 원작 소설과 똑같이 만들었지만 한국 독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95년에는 보라색으로, 2000년에는 흰색으로 바꿨다. 이어 지난해 여름 영화 스틸 사진이 들어간 표지가 새로 나왔다. 판촉 행사에도 공을 들여 지난해 새 표지의 책이 나올 때는 이전 흰색 표지의 책을 가로 6㎝, 세로 9㎝, 400쪽짜리 미니북으로 2만부 제작해 신간 구입시 제공했다. 이후 ‘향수’ 블로그를 통한 미니북 사진전을 열었으며 영화 개봉에 맞춰 현재는 책 속 명장면 찾기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출간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한 이 책은 이번주 현재까지 한국출판인회의 집계 결과 종합 2위이며 문학서 중 1위다. 원작의 힘과 영화 개봉이라는 행운, 출판사의 판촉이 합작한 결과다. 책 판매는 영화의 흥행 성공과 맞물려 있지만 출판사 측은 “지난해 말 영화 개봉이 무산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판매량은 계속 올라갔다”면서 ‘향수’의 힘을 믿고 있다.
〈한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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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6일 [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