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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9일 화요일 오후.
분류: 일반
이름: BINU
등록일: 2003-12-09 15:08
조회수: 243
그 겨울, 의성 밤하늘의 별이 우두두두 쏟아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것을 보면서 우리는 네팔의 별을 이야기하고,
사막의 달을 꼭 보고야 말리라 다짐을 하고.
영화 [Shall we dance?]를 보고 10여분 거리의 주차장으로 걸어가던 길,
우산을 받쳐들고 그 장면 그대로 억양이며 몸짓을 흉내내며 깔깔거리던 그 날.
그애가 입은 주름스커트가 확 퍼질 때 머리가 아찔하도록 이뻤다.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그 방,
날아다니는 먼지 한올 한올조차 다 드러나는 햇살이 방끝까지 들어왔다.
노을이 지고, 밤이 되고....
새벽 3시,
달빛이 발코니를 지나 침대맡까지 내려앉았다.
언제나 추억은 눈물 고이도록 아름다운 것인가보다.
참으로 신통방통하게도 세월만 가면 나쁜 기억은 잊혀져 버리고,
그저 그랬던 일은 좋았던 일로, 행복했던 일은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운 일이 되버린다.
알고보면 의성으로 여행했던 날도, 영화를 본 날도, 혼자만의 첫여행도
그저 행복하기만 한 날은 아니었을게다.
견인된 차를 가질러 가면서 파닥파닥 난리를 치던 일,
영화 [올드보이]를 보고 처참할 정도로 씁쓸하게 걸어나오던 길,
차까지 잃어버려 지하주차장 전체를 다 헤집고 다닌 일,
절대(강한부정?) 내 타입이 아닌 그 넘에게서 이즉 연락이 없는 이 안타까븐 일들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을 내년 이맘때 쯤이면
"......그 땐 행복했었어."
공갈을 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
.
세월이 가면.
침을 삼키기도 힘들만큼 편도가 부었고,
콧물은 민망할 정도로 흐르고,
머리에선 북소리가 난다.
한약을 먹으려니 그 색깔만 봐도 입이 쓰고,
내과를 가려니 그노므 주사가 눈에 아른아른,
소주에 고춧가루 어쩌고하는 처방을 믿어나볼까~
2024년 7월 3일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