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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래리바로즈 - 전쟁사진 작가(니콘클럽에서 퍼왔습니다)
분류: 일반
이름: 그리미오
등록일: 2003-10-06 11:03
조회수: 243
니콘동에서 퍼왔습니다.
사진집 살꺼는 많은데..돈은 없고....
어쨋든 리얼리티를 로망으로 삼고 있는 저로서는 이런 사람들을 보면 참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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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진집을 보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글을 적어 봅니다. 첨부한 사진은 머리에 부상을 입은 병사가 자신의 상처도 깊으면서 쓰러져있는 다른 병사에게 손을 내미는 것을 양쪽의 병사들이 말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부상당한 몸으로도 전우를 생각하는 진한 인간애가 담긴 사진으로 베트남전 사진 중 꽤나 유명한 사진에 속하는 것이죠.
이 사진을 찍은 작가는 영국의 보도 사진가 래리 바로즈(Larry Burrows:1916~1971)입니다.
35미리 카메라를 네 대나 들고 다니면서 전쟁터 곳곳을 누비며 사진을 남긴 열정적인 종군 기자였습니다. 전쟁 사진에 관하여서도 완벽 주의자라 네이팜탄의 폭격장면을 제대로 찍기 위해 12일간이나 공격기의 후방석에 타고는 급강하 급상승 순간을 찍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래리 바로즈의 사진들은 누구보다도 현장 가까이의 생생한 사진들이고 당시만 해도 흑백 사진이 많이 쓰이던 전쟁 사진에서 그는 칼라 필름만을 사용하여 베트남전을 기록하였습니다. 제일 위에 첨부된 사진은 흑백인데 원래 칼라인 작품입니다. 웹상에 있는 칼라판은 그다지 괜찮은 것이 없어서 그냥 흑백판을 가져와봤습니다.
헬리곱터에 자신의 카메라를 부착시키고 있는 래리 바로즈의 모습입니다.
래리 바로즈는 베트남 전쟁 기간 동안 목숨을 걸며 취재하여 63년과 65년 두번이나 로버트카파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래리 바로즈와 로버트 카파는 묘한 인연이 있습니다.
로버트 카파가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 작전 당시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초반 도입부이기도 하며 가장 피해가 컸던 오마하해변 상륙을 촬영했던 것을 아실겁니다. 상륙하는 미군들과 함께 독일군의 총탄을 뒤집어쓰며 로버트카파는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들은 오마하해변 상륙당시 촬영된 유일한 컷으로 그 가치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들이죠. 그러나 그 사진들의 해설에는 항상 붙는 문구가 있습니다. 카파가 상륙정으로 돌아와서 필름을 건네주었고 그 필름들은 런던으로 보내져 현상하게 되었는데 암실에서 현상 중 흥분한 나머지 과열현상을 하는 바람에 필름이 녹아 106매 필름 중 8장만을 건질 수 있었다는 문구죠.
과열현상으로 필름이 녹는다는 것이 흑백 현상을 직접하는 저로서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그 중요한 필름을 망쳐놓았다는 거죠. 그 중요한 필름을 흥분하여 망쳐놓은 사람이 바로 라이프지 런던지국에서 암실 조수로 일하던 16세의 래리 바로즈였던 것입니다. 그 실수 이후로 그에 대한 보상이랄지 래리 바로즈 역시 보도 사진가가 되어 레바논, 수에즈, 이란, 키프로스, 콩고, 베트남 등에서 종군하며 전쟁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63년 65년 로버트 카파 상을 수상함으로써 그제서야 조금 카파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필름들을 망친 죄를 어느정도 씻었다고 생각했다는 군요.
그렇지만 래리 바로즈도 로버트 카파와 같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게 되는 비운을 겪었습니다. 로버트 카파가 54년에 베트남에서 대인지뢰를 밟고 죽은지 17년이 지난 1971년, 라오스 진격작전의 취재를 맡아 헬리곱터를 타고 가던 중 그가 탄 헬리곱터가 라오스반군의 대공포화에 격추되어 AP통신의 앙리유에, 일본의 시마모토 게이사브로와 함께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래리 바로즈의 베트남 사진집 표지입니다. 작년 10월에 발매된 사진집 같은데 50달러에 팔리고 있네요. 칼라필름으로 베트남전을 취재한 것에 걸맞게 전쟁 사진이라고 보기에는 미안할 정도로 멋진 사진들이 많습니다. 아마존에서는 35달러로 할인해서 판매되고 있고 걸작 전쟁 사진들이 엮어진 사진집인 [Shooting Under Fire]와 두 권을 묶어서는 더욱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수도 있네요. 지난번에 구입한 로버트 카파의 [The Definitive Collection]도 아직 덜 본데다 재정 파탄 상태라 당장 구입은 못하겠고 눈여겨 보고만 있는 중입니다.
어쨌든 전쟁 사진 거장의 필름을 날려먹은 암실 조수가 훗날 그 사람의 이름을 딴 상을 두차례나 받고 그와 같이 살다가 그와 같이 죽어간 두 사람의 인연아닌 인연이 너무나 극적이란 생각이 드네요.
2024년 7월 6일 [토]
